지나온 길 5 - 노동자뉴스제작단 결성과 분리(1989-1990) :: 2004/06/08 23:33

1989년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법 개정투쟁을 매개로 노동운동에서 전국적인 대오가 형성되면서 노동운동의 비약적인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계기였다. 이 시기를 계기로 노동해방이라는 이념이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90년 1월 22일에는 최대의 노동자 조직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결성하는 조직적인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성장에 맞추어 영화운동은 이제까지 관념적으로 주장되었던 노동운동과의 결합이라는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노동자투쟁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자 신속하게 기록하기 쉬운 비디오 매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당시 노동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대개 비디오로 제작되었다. 당시의 작품으로는 앞서 언급한 <민족영화연구소>의 [천만노동자여 단결하라],[깡순이-슈어프로덕츠 노동자], [전국노동자대회],[흩어지면 죽는다, 들풀],[가자! 여의도로,서울영상집단] 등이 있다. 또한 작업 과정에 있어서도 노동운동단체나 개별 노동조합들과 연대하여 기획부터 배급에 이르기까지 공동 작업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영상집단>은 <민중문화운동연합>에서 탈퇴하고, 노동운동과의 연계를 구상하다가 1989년 초에 한시적인 특위체인 <노동자뉴스제작단>을 결성하였다. 당시 구성원으로는 <서울영상집단>의 배인정, 주명진, 김양래, 홍형숙 등과 대학영화연합 출신으로 결성된 <들풀>의 최원석, 한경훈 그리고 영화제작소 <새힘>의 회원 등이었다.

노뉴단을 결성할 당시의 목표는 첫째, 노동자계급을 운동의 중심으로 세우는데 복무하는 것으로, 89년 노동자투쟁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교육, 선전의 과제를 수행하고 둘째, 영화운동의 주체들이 노동 현장에서 단련되는 것을 목표로 ‘대중노선’과 ‘전문성’을 천명하였다. [노동자뉴스]는 89년 4월 중순에 1호가 완성되었고, 노동운동의 각 국면에 따른 정리와 평가 그리고 교육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였다. 이들의 초기 작품은 대중조직과의 결합을 통한 활동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뉴스’시리즈가 가지는 정기성, 신속성, 전국성이라는 과제를 고민하게 된다. 초기에는 보도, 특집, 강좌 등의 몇가지 코너를 묶어 ‘노동자뉴스’라는 포맷으로 지하철노조파업, 노동운동탄압분쇄투쟁 등을 다루었다.

이들은 1년여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보여, 1990년 홍형숙, 남인영, 신종수, 김양래 등은 <서울영상집단>으로, 다른 한편 배인정, 최원석 등은 <노동자뉴스제작단>으로 분리, 독립하였다. 이후 <노동자뉴스제작단>은 뉴스 성격을 살리면서, 한편에서는 기획, 제작의 성격을 강화시켜 한가지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시각과 언어, 서울영상집단 엮음, 199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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