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전용관,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배급을 위한 전제 조건 :: 2004/06/09 11:45

독립영화전용관,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배급을 위한 전제 조건 - 영화제라는 이벤트를 통해 본 전용관의 필요성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amenic@kifv.org)
지난 4월 9일 폐막한 서울여성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제라고 불리는 이벤트들의 2004년 러시가 시작되었다. 4월 23일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와 인디포럼이 개최된다. 거의 매월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개최되며 영화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들을 대거 선보이는 것이다. 영화제라는 이벤트는 상업적인 일반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선사하는 기회이다. 국제영화제들은 영화제의 의제에 맞춰 동시대의 새로운 영화들과 중요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영화제는 상업성 없음 등의 여러 이유로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상영하지 못하는 많은 외국의 영화들을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이며, 시장에서 쉽게 소개되지 못하는 한국 영화들을 선보이는 기회이고, 이미 공개된 영화들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독립영화 진영에게도 영화제라는 이벤트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상업적 극장 배급에서 소외된 독립영화들은 관객과 만나는 접점을 오래 고민해 왔고, 극장 배급의 대안적(?) 형태로 영화제라는 이벤트를 선택했다. 개별 영화의 인지도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대신 하나의 이벤트로 관객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여왔던 것이다. 독립/단편영화제의 숫자는 제작되는 독립영화의 수가 많아지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주제별, 지역별 독립/단편영화제들의 확대는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를 상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더 많은 영화들이 영화제를 통해 노출되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런 영화제들을 통해 동시대의 독립영화들을 개괄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독립영화에게 있어 영화제는 영화를 소개하는 일종의 배급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독립영화제, 고비용 저효율의 축제 하지만 독립영화 진영에게 영화제라는 이벤트가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하더라도 영화제는 그야말로 일시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벤트 자체로는 결코 안정적인 상영/배급 구조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독립영화가 한 공간에서 개봉형식으로 상영되는 것보다 영화제라는 형식을 빌어서 소개할 때 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온 경험들은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영화제라는 방식이 부적절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봉되는 주류영화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순히 상시적으로 극장에서 상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개봉되는 개별 영화들은 제작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용을 들인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에 의해 잠재 관객들에게 노출되어지고 그 결과로 관객을 모으는 것이라면, 개별 영화들의 홍보/마케팅이 비용 등의 문제로 불가능한 현재 독립영화 상황에서 영화제라는 아이템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 이벤트’라는 영화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너무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국제영화제와 독립/단편영화제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독립영화를 더 잘 소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독립/단편영화제들의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이런 입장은 너무나 낙관적인 전망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몇 개의 단편영화제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독립/단편영화제들은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단체사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예산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지만, 지원액이 행사 전체 예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공적 기금이나 기업의 후원/협찬을 받더라도 그 지원이란 행사를 넉넉하게 추진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경우 부족 예산을 충당하는 방법은 대부분 인건비 삭감을 통해 채워진다. 그나마 이런 부가적인 지원을 아예 받지 못했다면, 인건비 항목은 지출 예산 항목에서 애초에 삭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재정의 불안정은 행사 준비와 진행을 불안정하게 함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인력 구성을 애초에 불가능하게 만든다. 독립영화제니까 인건비에 대한 보상보다는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행사를 준비한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 예산으로 안정적인 행사를 진행할만한 공간의 부족은 행사 시기와 장소를 들쭉날쭉하게 만든다. 이렇게 고정되지 못하는 장소와 개최 시기는 관객들에게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각인 시키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영화제에 의해 선택되어 상영되는 수십 편의 영화들이 모두 관객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상영될 영화들 중에서 영화제의 홍보를 위해 선택되어지는 소수의 영화들과 상영을 하며 그나마 관객에게 ‘발견’되어지는 몇 편의 영화들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은 그저 상영기회를 한두 번 가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게다가 영화제에서 ‘발견’된 영화라고 해도 처지가 그리 다르지도 않다. 영화제 이후 상영 기회가 제대로 없기 때문에 다른 영화제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제의 긍정적인 의미들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이벤트의 의미를 안정적으로 유지 확대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벤트를 통해 획득된 관심은 그 이벤트 안에서 상쇄될 뿐인 것이다. 독립영화 배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전용관이 필요하다 독립영화를 상설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의 필요성은 그간 수없이 제기되어 왔다. 독립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할 공간으로서도 필요하고, 독립영화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 영화제들을 안정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며, 이벤트가 가져올 긍정적 의미들을 안정적으로 확대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독립영화 전용관이 필요한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독립영화의 배급을 안정적으로 획득해 낼 인력 양성을 위해서다. 이벤트로서 영화제는 독립영화 상영기회의 확대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독립영화 배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해내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독립영화제들의 불안정한 재정구조는 영화제의 인력의 연속성조차 담보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설상영관을 통한 배급 인력의 확보는 독립영화의 안정적 배급을 구성하는데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작지원 위주의 독립영화 진흥 정책도 의미 있는 것이지만, 제작과 배급을 아우르는 진흥 정책으로의 전환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런 노력은 단순히 독립영화의 DVD 제작 지원이나 몇몇 영화의 홍보/마케팅비 지원, 그리고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의 형태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상설 상영관 설립은 독립영화의 진흥을 위한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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