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 4 - 서울영상집단 신문기사(1988) :: 2004/06/08 23:31

참문화를 가꾸는 사람들 ‘서울영상집단' 새 영화 운동에 앞장

서울영상집단(대표 배인정)의 구성원들은 거의가 1980년 이후에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다. 영화카메라는 8㎜의 작은 것. 대학의 연극영화과에서 기초 훈련용으로 사용하거나 호사기들의 취미 활동에 주로 쓰이던 기재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서울 동교동 네거리에 최근 장만한 사무실에 모여서 제작과 활동 ─ 전반을 위한 모임을 갖는다. 정규회원은 현재 9명, 영상 집단은 1986년 10월 '민주화를 위한 영화' '이 땅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화'를 목표로 창립됐다.

그러나 사진, 슬라이드, 비디오, 영화 등 모든 영상 매체를 재료로 활용해 왔고, 실제슬라이드 영상 집단의 주요 성과가 나타난 부분이었다. 대표적인 슬라이드가 <우리는 떡고물이나 받아 먹는 노동자가 아니야>와 <순영이의 사랑 이야기>. "8㎜ 영화는 전문 인력도 부족하지만 제작비도 많이 든다. 무엇보다 영사기가 흔하지 않기 대문에 우리들이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등 배급에도 문제가 있다." 반면, 대부분의 사회노동단체에 환등기가 있기 때문에 슬라이드를 대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배인정씨는 말한다.

새로운 영상 세대인 서울영상집단은 제작자와 관객 그리고 배급구조에서도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인천 기독노동자 연맹은 <떡고물>의, 한국 여성노동자회는 <순영이>의 중요한 지원단쳬였다. 제작비를 담당한 것뿐 아니라 대본 검토와 토론을 통해 노동자의 이야기와 정서를 살려주고 문제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동 창작자'의 역할을 했다. '영상의 민중성과 관계맺음이었다'고 서울영상집단 쪽은 평가한다. 여노회측은 지난 가을여성노동자대회에서 첫선을 보인 <순영이>가 그동안 40군데 이상의 노동자 집회와 교육에서 대출 상영됐다고 셈했다.

서울영상집단의 또 다른 주요 작업은 최근 대학의 영화운동에서 비중이 큰 기록영화 운동과 겹친다. 중요한 문화 행사와 정치운동 현장에는 영상집단의 비디오 촬영팀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1982년 창립된, 서울영상집단은 80년대 젊은 영화운동을 수도해 온 서울영화집단의 후신으로 태어났다. 이들은 아직 인력이나 기술, 장비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여건을 견뎌내야만 한다. '완성도가 떨어져서 감동을 주고 관객을 설득해내는 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다'는 자체평가는 진솔하다. 이들은 분명 새로운 한국영화운동의 살아 있는 전원이다.

한겨레(1988. 5. 15)
<변방에서 중심으로> 시각과 언어, 서울영상집단 엮음, 199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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