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향한 두 가지 시선 :: 2004/06/30 22:16

독립영화를 향한 두 가지 시선
원승환 _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amenic@kifv.org
최근 개최된 [인디포럼2004]와 [제3회 미장센단편영화제-장르의 상상력전]은 최근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떠하고 그 시선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독립영화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두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은 거의 겹치지 않았으며 영화제릍 바라보는 시선, 영화제를 통해 개별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서로 달랐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영화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관심과 관객들의 호응도 역시 매우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 두 영화제가 애초에 시작된 사정과 운영방식 역시 매우 다릅니다. 인디포럼은 96년 독립영화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으며, 올해로 9회 째를 맞은 독립영화 진영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비경쟁 독립영화축제이며, 미장센단편영화제는 화장품 제작업체 태평양 미장센의 후원을 받아 충무로 주류감독들이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시작된 단편영화제로 출품영화들을 장르로 구분해 상영, 시상하는 경쟁 단편영화제입니다. 이런 사정과 운영방식에 근거해 두 영화제를 거칠게 정리하자면, 인디포럼은 독립영화인 스스로가 독립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제라면 미장센단편영화제는 기업의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주류영화감독들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단편)영화들을 발굴하고 상영하고, 시상으로 격려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두 영화제의 모습과 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디포럼의 시선 -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반복하자면 인디포럼의 ‘모토’는 독립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독립영화는 일반적인 독립영화는 아닙니다. 몇 년 째 인디포럼은 최근의 독립영화 ‘담론’이 구체적인 입장 없이 과대해지고 있을 뿐이라고 진단하며, 과연 독립영화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영화제를 통해 발언하려 합니다. 2002년 “꽃순이 칼을 들다”란 슬로건을 통해 독립영화의 정체성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제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디포럼은 독립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좌표를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함으로써 재구성하고자 하였고, 2003년 “미학선언1-의미의 비종속성”을 슬로건으로 하여 영화의 의미작용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올해는 “보지만 보이지 않고 보이나 믿을 수 없는‘을 슬로건으로 하여 영화를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함으로써 시각매체로서의 영화에 대해 다시 사고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디포럼이 실험적인 영화에 주목하는 것은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앞서의 방법으로 재구성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인디포럼은 미학적 전복과 이를 통한 한국영화의 재구성이 독립영화가 한국 영화의 대안일 수 있는 이유이며, 주요한 존재 가치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미장센단편영화제의 시선 - 장르영화의 상상력, 단편영화의 즐거움 이에 비해 “장르의 상상력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미장센단편영화제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올해 슬로건인 “단편영화 즐거움을 만나다”는 미장센단편영화제의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미장센단편영화제는 독립영화제를 표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장센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독립영화이기 이전에 단편영화이며, 그것도 장르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졌거나, 구획되어진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영화를 표방한 미장센단편영화제에게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은 없습니다. 장르영화를 인정한다는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대중적 호흡을 위해 발전되어온 영화 장르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미장센단편영화제의 관심은 이 ‘장르’를 단편영화들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인 것입니다. 새롭고 신선한(?) 독립영화 이런 미장센단편영화제의 영화들이 인디포럼의 영화들보다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자유롭게 느껴지고 사랑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실제로 올해 인디포럼과 미장센단편영화제는 관객들의 호응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디포럼2004에는 몇 년 사이 가장 적은 관객이 영화제를 다녀간 반면, 2회까지 진행했던 공간을 벗어나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공간으로 행사장을 옮긴 미장센단편영화제는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상영관을 찾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언론의 관심 역시 미장센단편영화제에 더 집중되었습니다. 비슷하긴 하지만 두 영화제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좀 더 다른 시선들도 있습니다. 미장센단편영화제는 자유로운 반면, 인디포럼은 경직되어 있다거나, 미장센단편영화제는 쉽고 재미있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반면 인디포럼은 어렵고 재미없으며 관객(과 독립영화인들)을 가르치려 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그러할 수도 있습니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취했을 수도 있으며, 좀 더 여유로운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독립영화인의 입장에서 두 영화제를 비교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현재 독립영화가 처한 좌표가 어디이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미장센단편영화제에 대한 관객의 호응과 언론의 집중된 관심이 (독립이든 단편이든)비주류 영화(들)의 존재를 주류영화와는 다른 ‘존재’로서의 가치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주류영화와는 다른 풋풋하고 때묻지 않은 색다른 재미를 주는 영화들로 보거나 아니면 주류영화 산업에 새로운 인력을 제공함으로써 기여하는 영화만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인 아닌가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었습니다. 만약 미장센단편영화제에 대한 이러한 기대가 독립영화에 대해 가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독립영화를 주류산업영화와는 다른 새롭고 신선한 영화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새로움과 신선함은 단순히 주류영화의 기성 감독이 아닌 신인의 영화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거나 못만들어도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풋풋하고 신선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독립영화의 새로움과 신선함은 주류 영화에서 다루지 않는(혹은 못하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신선하고, 영화 속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며, 영화라는 매체를 단순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하며, 그 역할에 대해 서 질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족입니다만 최근 대기업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단편영화들이 “독립영화로서의 단편영화”가 가졌던 많은 것들을 거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근심이 됩니다. 독립/단편영화제들을 통해 만나게 되는 영화들이 주류영화를 보며 던지게 되는 것 이상의 질문들을 하게 할 때, 그리하여 영화의 다른 가치들을 고민하게 할 때 진정 “최초의 영화는 단편영화다”라거나 “단편영화는 영화의 미래다”라는 선언들이 단순한 수사학으로 그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출처 : 컬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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