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리뷰 :: 2007/10/22 18:32

정신이 번쩍 드는 영화

                               - ‘전장에서 나는’을 보고
                                          (2007 부산국제영화제)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다 친구가 공미연 감독 영화 티켓이 있으니 보러가자고 했고 당연히 오케이 하고 따라 나섰다.  한 해 후배인 그가 영화판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로부터 10년. 영화감독이 되었구나. 드디어, 역시, 이야, 이러저러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해운대까지 기쁘게 갔다.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연히 그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올해는 피프 프로그램마저 구하지 못해 깜깜 무소식이었던 나는 제목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무식하게 자리에 앉았다. 다만, 친구가 첫 회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사람들 반응이 눈물까지 흘리고 장난이 아니었단다 라고 전해주었을 뿐. ‘이라크까지 조연출하고 둘이 날아갔다 왔단다.’
어떤 영화일까.  

영화가 시작되고, 그제사 아하, 다큐로구나, 맞다, 그렇구나 했다.
한국과 이라크(처음 화면을 볼 때만 해도 이라크인줄 알았다.- 팔레스타인)장면이 교차하며 나타나자, 그 현장감 때문에 대단하다 싶었다.
그 느낌이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인터뷰장면들은 매우 구체적으로 전쟁과 군대와 반전의 문제들을 보여주었다. 각각 조금씩 다른 측면에서, 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이야기해나가는 그 말 속에 빠져 들어 적나라한 표현에 웃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토로에 공감도 했다.

거기까지도 ‘그래, 반전이지,’했다면 끈질기게 이끌어가는 감독의 의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기어이 내 가슴을 찔렀다.
반전(反戰).
그래, 나는 내가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나는 반전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착각하고 있던 내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나는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과 그에 동조하는 한국 정치권력과 그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모든 세력들 전쟁이 일어나야 이익을 보는 모든 세력들, 바로 그들 때문이지, 전쟁을 반대하는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런 식으로 나는 쏙 빼놓고,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닌 듯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에는 인터뷰에 나온 이들처럼 사적인 이유 때문에 이라크에 지원했다 돌아온 이가 있다. 나 또한 잘 됐다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되었다고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 이런 식의 분위기를 감독은 또한 지적하고 있었다.
전쟁은 전쟁이고 나는 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반전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짓이다.
반전이라니, 전쟁이 있어야 반전이지, 하는 식으로.
‘당신은 평생 기억하라.
당신은 한국에서 밤에 편안히 잠들겠지만, 우리는 당신 아버지, 당신 오빠 때문에 결코 편안히 잠들 수 없다.’
그래, 나 때문인 것이다.
‘반전’이라는 팻말을 걸어두었으니 됐다고 할 일 다 했다는 듯 무감각한 일상을 그냥 살아버린 나 때문인 것이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이스라엘 대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만 두라고 항의한 영화 속의 누군가처럼 용감하게 일관성있게 내 문제로 정확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일상에서 내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실천 할 수 있을까.
전장에서 나는, 그래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한 번도 ‘next Korea'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기가 막히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최면 걸듯 아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외면하고 있었다. 두려웠을까.

당장은 뭐라 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공미연 감독은 던져 주었다. 나에게.
33개월 난 아들을 보면 너는 절대 군대 가지 마라 하고 정말 절실히 바라는 나에게.
지금은 뭐라 답할 수 없지만, 그는 던져 주었고, 나는 영화를 보며 그 질문을 받았다.
이제, 내가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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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7/10/22 18: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일찌 감치 홈페이지에 올렸었는데 홈페이지 점검 도중에 누락 되어 다시 올립니다.

  • 현정 | 2007/11/01 22: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쉬고 있니? 나는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네 작품보다 리뷰를 먼저 보게 되었지만, 어떻게 만들었을까 매우 궁금해지는 리뷰들이야 (서독제를 기다리고 있음) 그 동안 고생 많이 했다

  • | 2007/11/02 13: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디스페이스 개관영화제에서 <192-399:더불어사는집이야기> 상영할때 맞춰서 오는거야?
    서울은 완전 초겨울 날씨... 그쪽 날씨는 어떨지 몰라도 맘껏 즐기고 와. 선물 잊지말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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