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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저 굴뚝까지 :: 2019/01/09 10:31

1월 11일 아침 파인텍 노사 간의 협상 타결과 고공농성 해제에 따라

은평구민대행진은 취소하였습니다.

좀 더 일찍 마음 모아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며칠 전 굴뚝 위의 두 농성자가 곡기를 끊고 아래로 향하는 줄을 스스로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저녁에 굴뚝 아래 농성장에서 천주교 미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신자가 아님에도 찾아가 보았습니다. 한 시간 가량 계속되는 미사에 발이 꽁꽁 얼어 또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 와중에도 수녀님들이 읊조리는 기도는 낮고도 강직했습니다.


기도문들을 들으며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뭔가 해야 하는데 제 마음에 부채감만 쌓아가며 안절부절 못하는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감독이랍시며 작가랍시며 관찰자로 남아야지 짐짓 진지한 척 떨었던 내 허세와 변명이 몹시도 부끄러웠습니다.


-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의 3승계(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이행
- 노동악법 철폐
- 민주노조 사수
- 헬조선 악의 축(독점재벌, 국정원, 자유한국당) 해체


1년여 전 그 시작부터 지상 75m의 고공농성에 붙어있던 플래카드의 내용입니다. 단사의 요구사항으로만 휘날리던 타 고공농성장들의 그것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한번쯤은 상상해보며 울컥거렸던 나의 외침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헬조선 악의 축 해체, 다들 바라지 않았던가요? 저들이 감히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나섰을 때 나는 감히 벗들에게 무엇을 대신해주었나 되돌아봅니다.


사실 오늘 하루 몹시도 부끄러웠습니다. 힘 있는 자들 마음대로 부시고 땅을 뒤엎고 법을 제멋대로 휘갈겨 고치는 와중에, 청계천에서 제주에서 맨몸으로 바닥을 구르며 저항하는 벗들을 보며 몹시도 부끄러웠습니다.


한번쯤 잠자리에서 상상해보았던 그것 한번 현실에 꾸며볼까 합니다. 왁자지껄 동네 이웃들과 벗들과 새벽녘의 꿈결처럼 함께 행진해갔으면 합니다.


굴뚝 위의 두 노동자와 그 아래의 세 노동자의 외침이 내 동네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세상에 드러내어 함께 외쳤으면 합니다.


오는 일요일 1월 13일 오후 3시
응암역 아래 불광천에서 만나겠습니다.


- 은평구 구민 서울영상집단 일동


* 혹 당일 다른 일정은 없는지 실례는 되지 않을지 밤늦게 파인텍지회에 의사를 전달한 상선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30일 넘게 단식 중인 차광호 지회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했으면 합니다. 힘차게 조직해 주십시요."

급하게 일 꾸며 죄송합니다. 하지만 함께 조직해 주세요. 여러분의 벗들도 최대한 조직해 함께 해주세요. 웹자보 또한, 여러분의 생각 여러분의 글과 함께 많이들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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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저 굴뚝까지, 은평구민 대행진]을 제안합니다.


사람이 420여일을 75미터 높이 굴뚝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과 눈바람 속에 겨겨우 견디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것, 수많은 시민사회 종교계 문화예술인들이 항의하고 수십 일을 동조단식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것, 사람들이 죽을 고비에 놓여도 노동조합이 제 맘에 들지 않는다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것, 사장님이라는 그것이 되려 고개 뻣뻣이 들고 내려다보는 이 사회를 어떻게 인정해야 할까요? 그것들이 노동자를 대하고 사회를 대하고 이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태도, 그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다름 아닌 바로 나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420여일 전 충남에 위치한 공장의 구미 출신 노동자 5명이, 둘은 위로 오르고 셋은 땅에 남아 바라지 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을 때 그 굴뚝에 내걸려 펄럭이던 뻣뻣한 플래카드의 문구는 뜻밖의 생경함이었으며 뜻밖의 경고였습니다.


파인텍지회의 요구사항
1.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의 3승계(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이행 
2. 민주노조 사수
3. 노동악법 철폐
4. 헬조선 악의 축(독점재벌, 국정원, 자유한국당) 해체


그들의 요구는, 촛불을 통한 정권교체 이후 안심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던지는 경고였습니다. 기울어진 시스템에 맞서 우리는 이렇게 싸울테니 당신들도 계속해서 싸워달라는 부탁이고 독려였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조금씩 친재벌 우경화 하는 정책들을 보며 이제라도 우리는 다시금 싸움의 전의를 높여가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는 단지 그들을 동정하지 않을 것이며 단지 위로하지 않을 것이며 단지 응원하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버티며 이끌고 있는 싸움에 이제라도 동참하고자 합니다. 저희 나름의 싸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강 건너 그들의 싸움이 우리 지역의 싸움과 맞닿아 있음을 알리고자 합니다. 은평이라는 이 작은 지역에서도 사장님들의 조롱과 모욕에 크게 분노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합니다. 우리들 또한 이 기울어진 시스템에 맞서 싸우겠다는 지역의 의지를 천명하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는 은평을 나서 서대문 마포 영등포 양천 총 다섯 개 구를 거쳐 굴뚝으로 사람들에게로 행진해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 1월 13일 일요일 오후 3시, 응암역 4번출구 불광천 초입 집결


* 준비물 : 각자의 말을 담은 손피켓 혹은 몸자보, 그리고 요란스레 소리 낼 무언가


* 행진코스 : 도보 약 2시간 소요
  불광천 초입(응암역) - 증산역 – 마포구시설관리공단 – 성산대교 – 신목동역 – 파인텍 굴뚝 농성장(열병합발전소)


* 당일 100명이 모이든 10명이 모이든 우리는 행진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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