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s - 서영집 작품들/전장에서 나는'에 해당되는 글 40건

< PREV #1 #2 #3 #4  | NEXT >

서울독립영화제 <전장에서 나는> 상영일정 :: 2007/11/08 16:20

오는 11월 22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전장에서 나는> 일정입니다.

11월 24일(토) 11시 30분
11월 27일(화) 오후 6시
장소 : 인디스페이스 (중앙시네마)
Trackback Address :: http://www.lookdocu.com/trackback/342

또 다른 리뷰 :: 2007/10/22 18:32

정신이 번쩍 드는 영화

                               - ‘전장에서 나는’을 보고
                                          (2007 부산국제영화제)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다 친구가 공미연 감독 영화 티켓이 있으니 보러가자고 했고 당연히 오케이 하고 따라 나섰다.  한 해 후배인 그가 영화판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로부터 10년. 영화감독이 되었구나. 드디어, 역시, 이야, 이러저러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해운대까지 기쁘게 갔다.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연히 그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올해는 피프 프로그램마저 구하지 못해 깜깜 무소식이었던 나는 제목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무식하게 자리에 앉았다. 다만, 친구가 첫 회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사람들 반응이 눈물까지 흘리고 장난이 아니었단다 라고 전해주었을 뿐. ‘이라크까지 조연출하고 둘이 날아갔다 왔단다.’
어떤 영화일까.  

영화가 시작되고, 그제사 아하, 다큐로구나, 맞다, 그렇구나 했다.
한국과 이라크(처음 화면을 볼 때만 해도 이라크인줄 알았다.- 팔레스타인)장면이 교차하며 나타나자, 그 현장감 때문에 대단하다 싶었다.
그 느낌이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인터뷰장면들은 매우 구체적으로 전쟁과 군대와 반전의 문제들을 보여주었다. 각각 조금씩 다른 측면에서, 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이야기해나가는 그 말 속에 빠져 들어 적나라한 표현에 웃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토로에 공감도 했다.

거기까지도 ‘그래, 반전이지,’했다면 끈질기게 이끌어가는 감독의 의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기어이 내 가슴을 찔렀다.
반전(反戰).
그래, 나는 내가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나는 반전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착각하고 있던 내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나는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과 그에 동조하는 한국 정치권력과 그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모든 세력들 전쟁이 일어나야 이익을 보는 모든 세력들, 바로 그들 때문이지, 전쟁을 반대하는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런 식으로 나는 쏙 빼놓고,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닌 듯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에는 인터뷰에 나온 이들처럼 사적인 이유 때문에 이라크에 지원했다 돌아온 이가 있다. 나 또한 잘 됐다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되었다고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 이런 식의 분위기를 감독은 또한 지적하고 있었다.
전쟁은 전쟁이고 나는 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반전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짓이다.
반전이라니, 전쟁이 있어야 반전이지, 하는 식으로.
‘당신은 평생 기억하라.
당신은 한국에서 밤에 편안히 잠들겠지만, 우리는 당신 아버지, 당신 오빠 때문에 결코 편안히 잠들 수 없다.’
그래, 나 때문인 것이다.
‘반전’이라는 팻말을 걸어두었으니 됐다고 할 일 다 했다는 듯 무감각한 일상을 그냥 살아버린 나 때문인 것이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이스라엘 대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만 두라고 항의한 영화 속의 누군가처럼 용감하게 일관성있게 내 문제로 정확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일상에서 내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실천 할 수 있을까.
전장에서 나는, 그래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한 번도 ‘next Korea'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기가 막히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최면 걸듯 아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외면하고 있었다. 두려웠을까.

당장은 뭐라 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공미연 감독은 던져 주었다. 나에게.
33개월 난 아들을 보면 너는 절대 군대 가지 마라 하고 정말 절실히 바라는 나에게.
지금은 뭐라 답할 수 없지만, 그는 던져 주었고, 나는 영화를 보며 그 질문을 받았다.
이제, 내가 답할 차례이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lookdocu.com/trackback/340

오마이뉴스에 실린 <전장에서 나는> 리뷰 입니다. :: 2007/10/13 16:11

영화
2007 부산국제영화제(PIFF)
전쟁다큐...사실, 현실 그리고 진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전장에서 나는>
황인규 (perdix)
/ / /
<전장에서 나는>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생선회를 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갓 잡은 생선을 즉석에서 회를 떠 신선하고 쫄깃한 육질의 맛을 즐기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회를 뜬 후 두세 시간 정도 삭혀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깊은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전자는 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후자는 일본 사람들이 애용하는 방식이다,

흔히들 ‘다큐멘터리’ 하면 생생한 현장감과 즉시성을 가진 적나라한 고발이 생명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전장에서 나는>은 삭힌 생선회처럼 생생한 현장 대신 일정한 거리와 시차를 두고 차분하게 혹은 에둘러 전쟁을 조명한다. 감독은 긴 호흡으로 우리의 일상에 은폐된 전쟁을 드러내고자 한다.

흔들리는 카메라, 흐트러진 앵글, 구도를 벗어난 피사체 등이 전쟁다큐의 일반적인 이야기 방식이다. 현장의 사실성은 흔들리는 카메라로 확보되고 급박한 편집으로 드라마성(性)을 획득한다. 여기에 참혹한 장면과 처참한 현실을 배경으로 깔아 작품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거기에는 어떤 조작이나 개입이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에 따라 수용자는 다큐를 가감 없는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허구에 기반을 둔 드라마 보다 감정의 이입이나 메시지의 공감이 과잉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다큐에서 찍히는 인물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본래의 자기 모습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 몰래 카메라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무릇 모든 시선은 그 자체로 개입이다. 양자역학에서 얘기하는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관찰자와 관찰대상 사이는 상호 영향이 없는 객관적 조건에만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찰을 하는 순간, 관찰의 시선과 그 대상 사이에는 어떤 소통이 일어나고, 그 소통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다시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전쟁다큐도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관찰자의 시선에 의해 현상이 왜곡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해 다큐 역시 드라마처럼 시선의 선택에 의해 사실을 각색하고 특정 필터의 색깔로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도의 위험이 상존하는 전쟁의 현장에선 이와 같은 시선의 왜곡이 오히려 빈번하고 강도가 높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카메라 역시 그 긴박한 현장을 벗어나 나홀로 태연하게 필름을 돌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 / /
<전장에서 나는>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전장에서 나는>은 전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전쟁의 ’현장’만을 고발하는 다큐가 아니다. 오프닝 자막에서 인용한 도미야마 이치로의 글처럼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전쟁과 한편에선 그 전쟁을 까맣게 잊고 있는 ‘망각과 침묵’을 같이 고발하는 영화이다. 따라서 전쟁의 참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전장의 경험과 기억을 환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감독은 환유보다는 은유의 방식으로 전쟁을 폭로하고 있다. 냉정한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지칭하기 보다는 전쟁의 원인이나 상흔을 지니고 있는 곳을 탐방하고(팔레스타인) 전쟁의 위협이나 공포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진술을 듣고(자이툰부대 출신 병사들의 고백), 전쟁의 요소들을 들추어내고(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부지 갈등 현장),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잠재돼 있는 전쟁공포증을 딛고 불쑥 솟아나 일상의 허구를 비웃는 민방위 훈련을 통해 전쟁은 우리 곁에 상존해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영화는 일상의 무표정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호등에 나란히 서 있는 도시인들의 따분하고 무감각한 시선은 전쟁이라는 단어와는 동 떨어져 있다. 그러나 곧이어 장면이 바뀌면서 팔레스타인의 어느 도시에서 총소리가 나고 무장한 군인들이 뛰어가는 장면이 뒤따른다. 화면은 다시 바뀌어 군입대을 위해 입소하는 장정들의 행렬이 화면에 비추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화면들은 감독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편집이다. 무표정-총소리-입대행렬은 무감각할 정도로 평온을 가장한 우리 사회도 총소리 한 방에 언제든지 무너져 전쟁의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전언인 셈이다. 그것은 북한의 선제공격일 수도 있고, 미국의 북폭으로 현실화될 수도 있으며 남쪽의 군비확장 결과일 수도 있다.

영화는 이라크와 아프간 등 분쟁지역에 파견한 부대 출신 병사의 회고와 진술을 날줄로, 한편에서는 아직도 전쟁이 끝났다고 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현장을 카메라가 들여다보는 것으로 씨줄을 삼고 있다. 진술과 현장이라는 날줄과 씨줄이 반복되는 교차 편집을 통해 전장의 상흔과 전쟁의 공포라는 무늬를 새긴 것이다. 감독은 무덤덤하고 메마른 우리의 의식에 이 새로운 무늬의 결을 서서히 각인시키고 있다.

/ / /
<전장에서 나는>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여기서 공미연 감독의 내공이 돋보인다. 내레이션을 통한 메시지의 직접적 전달을 삼가고 진술과 현장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모습이 아닌 전장의 터를 보여 줌으로서 전쟁의 참혹한 겉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부조리와 전쟁의 공포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한 심성을 들추어 보인다. 그것은 단순하고도 즉각적인 고발이 아니라 관객들의 해석과 울림을 유도하는 고난도 장치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전쟁과 그곳에 파견된 우리의 젊은이들, 점령군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고통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깊이 새기고 온 우리의 젊은 병사들 그리고 민방위 훈련과 같은 우리 사회의 병영적 요소들. ‘전장에서 나는’은 이러한 전장의 상흔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얘기라는 것을, 전쟁이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잠재되어 있는 현재 진행형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전쟁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명제에 매몰되어 전쟁의 상흔이나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공미연 감독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생활과 전장에 파견된 병사들의 기억을 통해 전쟁이라는 숲이 아닌 전장에서의 ‘나‘라는 나무 하나하나에 생긴 상처를 조명하고 있다.

개개의 나무가 모여 있는 숲은 각각의 나무에 새겨진 기억의 합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전쟁에 대한 공포의 총량은 바로 이들 개인의 전쟁의 기억에 대한 합이라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치유가 없는 전쟁의 반대는 또 다른 힘에 의존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실질적으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은 바로 개개인들의 전쟁에 대한 각성과 의지에 달려있다.

지구 저 편에서 펼쳐지고 전쟁은 사실이고 그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거역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공미연 감독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전장의 기억을 가진 젊은이들의 말을 들려주며 우리에게 진실은 어디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장에서 나는 / Battlefield Calling Korea  2007  88min  DV  COLOR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2007.10.11 11:36

Trackback Address :: http://www.lookdocu.com/trackback/339
< PREV #1 #2 #3 #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