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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보다, 영화 보는 수요일] 지나가는 사람들 :: 2015/10/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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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영상집단과 북앤카페 쿠아레가 공동주최하는 독립다큐 정기상영회

[보다, 영화 보는 수요일] 10월 상영작은 김경만감독의 <지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거나 알고 계신 영화일 거라 생각해서

별 다른 소개글은 달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시려면, 화면 속 사람들 한명 한명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 보시길 권합니다.



시놉시스


모든 것은 지나간다. 


0. 해고자에서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공기
I. 잃어버린 얼굴들 1945~1948 : 다가올 전쟁을 알지 못한 채 지금과 다른 얼굴을 지녔던 사람들과 거리 
II. 피난민과 포로 1950~1953 : 전쟁 아래에 놓인 얼굴들 
III. 동원과 노동 1953~1965 : 전쟁으로 인해 가능해진 동원체제와 노동의 고단함 그리고 인간의 마음



연출의도


한국인으로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 나라에서 인간의 경험과 마음은 지금껏 존중된 적이 없다. 특히 그 사람이 노동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경제라는 이름의 오래된 이데올로기와 관행 아래 사람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리고 시간과 삶이 머물렀던 공간 역시 사라져 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산업화되기 전,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로 치부되던 시기, 분명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그 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얼굴에서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인간의 마음을 발견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편으로 탈출한 것처럼 생각하는 그 헐벗은 시절의 풍경에 지금의 모습이 여전히 겹쳐지는 것은 이 나라가 늘 현재진행형의 과거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서 한국인들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시선을 마주 보노라면 삶의 궤적과 더불어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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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독립영화 쇼케이스]에서 감독 본인이 쓴 소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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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평행선에서

독립영화 쇼케이스 상영회 <지나가는 사람들> -

 

김경만

 

 

 

1

 

2000년 낡은 밀레니엄의 마지막 해를 기억한다. 20세기에는 새해의 시작에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었다. 당시 사람들은 착각일지언정 그래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느낌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내일이 오늘보다 더 어려울 거라는 예감은 일종의 시대정신과도 같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분명 삶의 조건은 2000년보다 더 힘들어졌고 그로인해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실제 모습을 보게 된 것인가. 경인고속도로가 건설되고 그 좌우에 공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던 시절에 대한 향수로 늙은 세대는 자기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면서 간신히 현재를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도로와 공장들은 이제 낡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것들이 눈부시게 빛났던 때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시기는 일시정지의 버튼도 없이 마치 영화처럼 지나가버렸다.

 

 

 

2

 

굳이 OECD 통계를 말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기로 소문난 사람들이다. 그 근저에는 개인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가 가져다주는 불안이, 당연한 요구를 10년이 넘도록 말해 봐도 외면하는 사회가 가져다주는 절망이 있는 것 같다. 만연한 불안과 절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것이 되었다. 불안과 절망은 다들 알고 있듯이 더 이상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라 사람들의 호흡하는 일상생활과도 같다. 한국의 도시에서 계속 생활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을 외면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일상생활이라고 불리는 것조차 이제 많은 이들에게는 마치 사치품처럼 자기 것이 아니게 되었다. 수명은 연장되었지만 오히려 삶은 축소되고 있다. 심지어 사람들에게 경제적 생존과 시간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 아니라 자비로운 일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나라는 태생부터 양자택일의 강요로 만들어진 곳 아닌가. 이 사회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우고 대신 생기를 빼앗아간다. 만약 한 개인이 태어나서 행복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가 행복할 기회를 빼앗겼다고 한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 이 나라에 태어나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목격해본 적이 없다면, 황폐한 땅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젊은이들에게 양자택일은 마치 처음부터 당연했던 일처럼 여겨지고, 도시에서 사람들의 공간은 그저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일회용 도시락 용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을 그런 느낌으로 대한다. 이 모든 불행 위에 심지어 환갑이 넘은 전쟁체제의 유령마저 육화되어 내리누르고 있는 중이다. 정말 이 곳은 놀라운 곳이다.

 

3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 한국은 그로부터 3년 동안 미군정 치하에 있었다. 오늘날 사람들이 영어를 사랑하는 것과는 또 다르게, 그 때 한국의 공용어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였고, 오늘날 한국에서 모든 종류의 저항을 범죄와 동일시하는 것처럼, 미군정에 반대하는 행위는 최고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였다. 물론 당시 미군정이 가장 적대시했던 세력은 좌익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그 미군정에서 장차 한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느냐를 가지고 조선 사람들에게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미군정의 여론조사임에도 불구하고 70%의 사람들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10%의 사람들이 공산주의 국가, 13%의 사람만이 자본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조선인들이 분명 이데올로기에 해박한 사람들은 아니었겠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다. 학살과 전쟁은 사람만 죽인 것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도 함께 죽여 버렸다. 미군이 촬영한 필름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기도 하고 맞아죽기도 하던 그 엄혹한 시절 사람들의 모습 속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생기 있고 자연스러운 얼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모습은 마치 전쟁 전 서울의 풍경이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처럼 당당하기까지 하다. 그 수줍은 청년들은 전쟁 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때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골동품 같은 것이 되어 버렸나.

 

 

 

4

 

해방 70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나라는 태극기를 내거는 것 말고는 좀체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긴 세월 동안, 해방의 의미에 대해 묻는 것조차 반역을 저지르는 것처럼 취급받기도 했었다. 60년이 넘도록 지속된 전쟁체제가 지긋지긋하다 못해 사람들은 관련된 일이라면 이제 그저 외면할 뿐이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전쟁체제의 수인이자 포로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전쟁이 멈춘 지 6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동일한 증오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인은 행복과 가까이 지낼 수가 없다. 한편에서는 마치 피난민처럼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낡은 증오를 강요당한다. 요즘 같은 분위기를 보면 이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쟁은 한번 해봄직한 일처럼 생각되는 모양이다. 심지어 젊은 사람들에게조차 증오는 애국으로 생각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는 그 전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전쟁이 무엇인지 진정 우리는 알지 못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뉴스는 우리 자신이 파멸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 대단하고 거대한 위력을 지닌 최신식 미국 무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늘어놓는다. 그와 정비례해서 이빨을 드러내는 것처럼 북한에 대한 혐오와 경멸을 빠짐없이 표현한다.

 

 

 

5

 

그렇게 잔혹한 시절을 통과했다면 사람들이 비굴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표정을 잃어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이후 노동시간 길기로 유명한 한국 사람들이 과거 얼마나 죽도록 일했는지는 여러 필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이다. 한강의 기적은 기적이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희생한 값비싼 댓가를 치른 당연한 결과였다.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누군가의 손가락질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삶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가장 많이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회로부터 배반당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결국 삶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는 것과 사람들이 지나가 버리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는 착잡함을 금할 길이 없다. 더불어 이 와중에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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